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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데이터센터 ESS 수주 급증 및 탭리스 배터리 판매 확대로 하반기 흑자 전환 노린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2026년 4월 27일

삼성SDI가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잔고의 급격한 확대와 고성능 탭리스(Tab-less) 원통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6년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SDI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관련 ESS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전체 ESS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인 1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3조 6,000억 원, 영업손실 1,56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된 수치다. 오재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하반기에는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 분기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어낼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센터 ESS,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데이터센터 관련 배터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였다. 조용휘 ESS사업팀장은 데이터센터 ESS 수요가 2025년 9GWh에서 2030년 40GWh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데이터센터 현장에 직접 설치해 독립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마이크로그리드 ESS 시스템은 2030년까지 연평균 60%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이미 미국 현지 ESS 생산 능력의 향후 2~3년 치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수주해 놓은 상태다. 조 팀장은 이를 두고 "향후 안정적인 사업 성과를 위한 강력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장기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기존 시스템 통합업체(SI)를 거치지 않고 배터리 제조사와 직접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이번 분기에 데이터센터 백업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주요 고객사로부터 유틸리티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미국 OBBBA 규정에 따른 비(非)중국 기업 조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삼성SDI는 이미 국내 주요 양극재 공급사로부터 LFP 소재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으며 향후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탭리스 배터리, 가파른 성장 궤도 진입

삼성SDI의 탭리스 원통형 배터리 기술은 전문가용 전동공구와 백업 배터리 유닛(BBU)을 중심으로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 최훈 부사장은 원통형 배터리 포트폴리오 내 탭리스 제품 비중이 지난해 3~4% 수준에서 올해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에 힘입어 전체 전동공구용 배터리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사장은 탭리스 제품에 대해 "주로 고사양 프리미엄 전문가용 전동공구에 사용되는 하이엔드 제품"이라며, 이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원통형 배터리 사업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2분기부터 탭리스 적용 범위를 전동공구에서 BBU로, 하반기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로 확대해 다각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BBU 시장에서 삼성SDI는 1분기에 매출을 크게 늘렸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전체 시장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BBU 배터리 시장은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한 8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기존 패키징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배터리를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럽 EV 사업, 하반기 회복세 기대

삼성SDI의 유럽 사업장은 현지 전기차 시장 회복 조짐에 맞춰 가동률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에서는 2분기부터 유럽 볼륨 모델용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OEM의 신차 출시와 판매 확대가 본격화되면, 일부 라인의 LFP 전환 및 공정 개선을 고려하더라도 하반기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현재보다 높은 약 7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경영진은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4월 20일 메르세데스-벤츠를 각형 배터리 고객사로 확보하며, 독일 3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를 모두 고객사로 두게 됐다. 경영진은 "고객 수요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헝가리 공장 가동률 개선과 신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하반기 전기차(EV)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주요 국가들의 보조금 재도입 및 확대에 따라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가 상승 역시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최근 유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관심을 유도해 특히 볼륨 세그먼트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자재료, 반도체 호황 타고 성장

전자재료 사업부는 반도체 시장 호황과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3%, 영업이익 15% 성장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전방 시장이 우호적인 가운데 반도체 소재 판매가 견조했고,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도 반등했다.

김익수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전체 웨이퍼 투입량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HBM(고대역폭메모리) 및 GDDR7 등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해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메탈 슬러리 및 고열전도성 패키징 소재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기존 거래처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DRAM 첨단 공정용 EUV 소재와 파운드리용 패터닝 소재 판매를 확대하고 해외 고객사 공략도 지속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및 차세대 기술 개발

삼성SDI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InterBattery)' 전시회에서 물리적 AI 애플리케이션용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경영진은 "현재 시장의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미래 기술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이번 분기에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탭리스 원통형 배터리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기존 전동공구 및 BBU 시장을 넘어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변화했다.

재무 상태 및 향후 전망

1분기 말 기준 삼성SDI의 자산은 44조 5,000억 원으로, 시설 투자 및 관계사 지분 가치 상승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자본 총계는 전 분기 대비 1조 3,000억 원 증가한 24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시설 투자는 5,890억 원 규모였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김윤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매각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회사의 성장 전략과 주주 가치 보호 측면을 모두 고려해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

경영진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이란 전쟁의 영향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주요 사업의 수요 측면에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및 전자재료 사업 전반에서 전방 수요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1분기 대비 2분기에는 영업손실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제시한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 달성 여부는 유럽 전기차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램프업(생산량 확대), 데이터센터 ESS의 지속적인 수요 강세, 그리고 탭리스 배터리 채택 모멘텀 유지에 달려 있다.

삼성SDI 심층 분석

사업 모델 및 수익 구조

삼성SDI는 고수익 특수 화학 부문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자본 집약적인 배터리 셀 제조 부문을 뒷받침하는 '듀얼 엔진' 사업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핵심 수익원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제조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이다. 삼성SDI는 원자재 채굴 등 상류 부문까지 수직 계열화하는 대신, 티어 1(Tier-1) 기술 공급업체로서의 입지를 고수한다. 대형 각형 및 원통형 셀에 대해 5~7년의 차량 플랫폼 수명에 맞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 이러한 구조는 물량 측면에서 가시성을 제공하지만, 리튬·니켈·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따른 수익성 위험은 상존한다. 이에 대응해 회사는 자동차 고객사와의 계약에 원자재 가격을 판가에 연동하는 '패스스루(pass-through)'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또 다른 축은 전자재료 부문이다. 이 부문은 반도체 패키징 소재, 포토레지스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생산한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전자재료 부문은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이 부문은 통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기가팩토리 건설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자본적 지출(CAPEX)로 운영된다. 이처럼 첨단 소재 부문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은 자동차 배터리 수요의 주기적 하락기에 완충 작용을 하며, 차세대 배터리 화학 기술 개발을 위한 공격적인 R&D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기반이 된다.

경쟁 환경: 고객사, 경쟁사 및 공급망

삼성SDI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프리미엄 자동차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회사는 저가형 대량 공급 계약보다 고성능·고에너지 밀도 셀을 우선시해 왔으며, BMW, 아우디, 리비안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2026년 1분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년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을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미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tarPlus Energy)'를 통해 인디애나주 공장 2곳에서 67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구축 중이며, 제너럴모터스(GM)와는 뉴칼라일에 36GWh 규모의 각형 셀 전용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경쟁 측면에서 삼성SDI는 이중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자국 내 공급망 우위를 앞세운 중국의 CATL과 BYD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통해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광범위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SK온은 공격적인 차입 경영으로 확장 중인 반면, 삼성SDI는 기가와트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수익성 중심의 부티크'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활물질 확보를 위해 특화된 화학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산 양극재 의존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인식한 회사는 최근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국내 소재 기업 L&F와 1조 6,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북미 시장용 비(非)중국산 LFP 양극재를 확보했다.

시장 점유율 역학 및 전략적 포지셔닝

시장 점유율 데이터는 삼성SDI의 전략적 의도를 잘 보여준다. 2026년 초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약 4.5~5.0%로, 중국 기업들과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회사의 핵심 강점을 가린다. 프리미엄 고니켈 각형 셀 부문에서는 약 1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수익성을 훼손하는 보급형 시장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전체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감수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반면, 특수 ESS 및 AI 인프라 시장에서 삼성SDI는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사용하는 배터리 백업 장치(BBU)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 시장은 2026년 기준 전년 대비 7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고수익·미션 크리티컬 인프라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전기차 시장의 주기적 침체와 상품화(commoditization) 위기를 전략적으로 상쇄하고 있다.

'초격차' 경쟁 우위

삼성SDI 경쟁력의 핵심은 화학 공학, 수율 최적화, 제품 안전성을 제조 규모보다 우선시하는 '초격차' 기술 전략이다. 회사의 주력인 P6 각형 셀은 니켈 함량 91% 이상의 양극재와 독자적인 실리콘 탄소 나노복합체(SCN) 음극재를 결합했다. 이 조합은 업계 최고 수준의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면서도 값비싸고 윤리적 논란이 있는 코발트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화학 기술 외에도 삼성SDI는 제조 규율과 재무 관리에서 구조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프로토콜 도입으로 신규 라인 수율을 약 15% 개선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불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자동차 파트너사들에게 치명적인 브랜드 리스크인 열 폭주 사고가 사실상 전무한 기록으로 이어진다. 또한, SK온 등 경쟁사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부채를 한계까지 끌어다 쓴 것과 달리, 삼성SDI는 산업 침체기 진입 시점에도 부채비율을 22% 미만으로 유지했다. 이러한 재무적 보수성은 주기적인 매출 충격 속에서도 차세대 연구개발에 경쟁사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했다.

산업 환경: 기회와 위협

삼성SDI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LFP화'다. 전기차 대중화가 가속화되면서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체들이 고니켈 배터리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구조적으로 안전한 LFP 배터리를 선호하면서 삼성SDI의 핵심 수익원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현지 생산 규제 등 지정학적 변동성은 공급망을 이중화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지역화를 강요하고 있다.

반면, 2026년 반등의 핵심 기회는 산업 인프라의 구조적 전동화에 있다. 전기차 시장의 정체는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맞물렸다. ESS와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는 틈새 수익원에서 주요 성장 동력으로 전환되었다. 유틸리티급 저장장치 도입이 급증함에 따라 삼성SDI는 유휴 전기차 셀 생산 능력을 그리드급 저장장치용으로 전환하며 자산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이는 가격 민감도가 낮고 장기 안정성이 중요한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차세대 성장 엔진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삼성SDI는 몇 가지 핵심 아키텍처를 상용화하고 있다. 첫째는 4680, 4695, 46100 등 46파이 원통형 셀이다. 경쟁사들이 대형 원통형 셀의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삼성SDI는 2025년 초 양산을 시작했다. 이 셀은 탭리스(tabless) 설계를 적용해 내부 전기 저항을 90% 줄여 초급속 충전과 뛰어난 열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경영진은 탭리스 원통형 제품 비중이 2025년 원통형 매출의 3%에서 2026년 말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며,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프리미엄 전동공구를 겨냥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도 진행 중이다. 삼성SDI의 프로토타입은 산화물 및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과 음극재가 없는(anode-free) 설계를 채택했으며, 리튬 덴드라이트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5마이크론 두께의 은-탄소 복합층을 활용한다. 이 아키텍처는 리터당 900Wh의 부피 에너지 밀도와 kg당 500Wh의 중량 에너지 밀도를 달성해 현행 리튬이온 셀 대비 약 2배의 성능을 낸다. 동시에 과거의 LFP 기피 전략에서 벗어나 울산과 헝가리에 LFP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2026~2027년 가동 예정인 이 라인은 자동차 부문의 소모적인 가격 경쟁 대신 북미 유틸리티급 ESS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인접 기술의 파괴적 위협

배터리 산업은 화학 기술의 노후화에 취약하며, 신규 진입자들은 기존 리튬이온 생태계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위협은 중국 선두 기업들의 나트륨이온 기술 상용화다. CATL은 대용량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저가형 ESS 및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나트륨은 지구상에 풍부해 리튬보다 훨씬 저렴하며, 영하의 온도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현재 추세대로 개선된다면 삼성SDI의 저가형 리튬이온 ESS 사업을 구조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 2.0'과 같은 구조적 셀투팩(CTP) 아키텍처의 진화도 큰 위협이다. 모듈 패키징을 제거함으로써 낮은 에너지 밀도의 화학 소재로도 고니켈 셀의 팩 수준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공학적 우회는 완성차 업체들이 삼성SDI의 고밀도 각형 셀에 지불하던 프리미엄을 무력화하며 업계 전반의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

경영진의 성과 및 자본 배분

최윤호 CEO 체제의 경영진은 '질적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다. 2020년대 초 전기차 생산 능력 확장 경쟁이 한창일 때, 삼성SDI는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4~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겨울'이 도래하자 이러한 신중함은 선견지명으로 입증되었다. 회사는 업계의 심각한 재고 조정과 평가 손실 여파로 2025년 1조 7,000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영진은 즉각적으로 생산 물량을 수요가 높은 데이터센터 ESS로 전환하는 민첩성을 발휘했다.

이러한 운영 전환은 오늘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에서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영업적자를 전년 대비 64% 이상 줄였으며, 매출 3조 5,800억 원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본 배분 측면에서도 경영진은 재무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2025년 3년간 현금 배당을 중단하고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으나, 이 자금은 북미 합작법인과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에 즉각 투입되어 경쟁사들을 괴롭히는 과도한 부채 부담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총평

삼성SDI는 역사적으로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이 잦았던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산이다. 중국의 보조금을 받는 경쟁사들이 주도하는 마진 파괴적인 물량 경쟁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견딜 수 있는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전기차 물량 중심에서 AI 데이터센터 및 그리드급 ESS 시장으로의 전략적 전환은 2026년 초 흑자 전환과 BBU 시장 50% 점유율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수 화학 부문은 순수 배터리 제조사들이 갖지 못한 독보적인 구조적 헤지 수단이다.

투자 가치는 차세대 기술 로드맵의 성공적인 실행에 달려 있다. 삼성SDI가 2027년까지 리터당 900Wh급 전고체 배터리 아키텍처를 상용화하고 탭리스 46파이 원통형 셀을 성공적으로 확장한다면, 시장 최정점에서 가격 결정권을 영구적으로 확보할 것이다. 중국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위협과 대중 시장의 LFP 전환이라는 거센 역풍이 남아있지만, 회사의 재무 규율, 프리미엄 자동차 파트너십 확대, 그리고 미국 인프라 구축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점유율 확보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 프로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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