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준 의장, 정책 전면 재검토 및 인플레이션 척결 의지 천명하며 매파적 행보 시사
신임 지도부 체제 첫 FOMC 회의, 2026년 6월 18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정책 회의에서 제도 개혁을 앞세워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졌다. 워시 의장은 지난 5년간 이어진 고물가 상황을 종식하고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위원회의 의지가 "명확하고 만장일치"라고 선언했다. 연준은 금리를 3.5%~3.75%로 동결했으나, 정책 성명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삭제하고 통화 정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기 위한 5개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파월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예고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금리 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워시 의장이 밝힌 내부 논의 과정이었다. 금리 인하 논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워시 의장은 "테이블 위에 올라온 제안은 단 하나뿐이었다. 다른 제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과거 여러 정책 경로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던 연준 회의와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위원회가 당분간 완화 정책을 펼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포워드 가이던스 폐기, '데이터 의존적' 정책으로 전환
워시 의장이 단행한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FOMC 성명서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삭제한 것이다. 그는 이를 "현재의 정책 국면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새로 작성된 성명서는 "조금 더 짧고 간결하며,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사실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은 들어오는 데이터에 반응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연준이 그 정보에 어떻게 반응할지 시장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는 연준의 소통 전략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포워드 가이던스 부재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이 연준의 말만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을 외면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장 가격이 "중앙은행가들을 안내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라며, 시장이 연준의 반응 함수가 아닌 경제적 현실을 가격에 반영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은 경제전망요약(SEP)에 자신의 경제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는 "현재 구조로 운영되는 SEP에 대한 나의 오랜 소신과 일치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 위원들의 전망치를 검토하며 "모두가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전망치를 적어냈다"고 지적하며,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위원들조차 자신의 전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인플레이션 척결 의지, 수사적 강도 높여
인플레이션에 대한 워시 의장의 발언은 최근 연준의 소통보다 훨씬 강경했다. 그는 "지속적인 고물가는 미국 국민에게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과거가 미래의 서막이 될 필요는 없다. FOMC 위원들은 명확하고 만장일치로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임을 보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지는 기자회견 내내 이례적인 강조와 함께 반복됐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2020년 프레임워크 검토 결과를 언급하며 "연준 성명은 인플레이션이 주로 통화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연히 그렇다. 나는 수년간 인플레이션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해왔다. 정말 그렇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매파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워시 의장은 성명서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현재의 정책 기조를 "불균형적"이라고 표현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연준의 정책이 주택 시장에서는 "다소 긴축적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FOMC 위원들의 중간값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3.6%로 2% 목표치를 크게 웃돌며, 2028년이 되어서야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 9명은 연내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지지했으나, 워시 의장은 이러한 전망치 역시 '지우개로 수정 가능한' 성격임을 거듭 강조했다.
연준 운영 전면 개편 위한 5개 태스크포스 발족
워시 의장의 첫 회의에서 가장 야심 찬 부분은 통화 정책의 근본적인 측면을 검토할 5개의 독립 태스크포스(TF)를 발표한 것이다. 검토 대상은 연준의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및 지급준비금 제도, 데이터 출처 및 방법론, 생산성 및 AI의 영향, 그리고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다.
데이터 관련 TF에 대해 워시 의장은 현재의 정보 흐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과 정부 관계자들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데이터는 구식 설문조사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6년의 미국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 기업 CEO들은 "수정될 여지가 적은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대조했다.
대차대조표 정책 TF는 "현재의 풍부한 지급준비금 제도와 연준 대차대조표 구성의 이점과 위험을 검토"하고 "통화 정책 운영을 위한 대안적 프레임워크를 평가"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가 재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워시 의장은 과거 자신이 언급했던 '소수점 왼쪽(정수 단위)'에 집중하겠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2% 목표치 자체는 재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우리의 능력과 의지를 재확립하기 전까지는 이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일정은 매우 공격적이다. TF는 "향후 수주 내" 작업을 시작해 가을까지 초기 골격을 마련하고 대부분 연말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다. 워시 의장은 "경제학계 안팎의 최고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며 "기본 원칙에서 시작해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관행을 검토하며, 대안을 고려해 최종적인 다음 단계를 제안하라"는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AI와 생산성, 정책 프레임워크의 핵심 요소로 부상
워시 의장은 인공지능(AI)과 생산성을 정책 고려 사항으로 이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AI를 "내 성인기 동안 경험한 경제, 기업, 가계의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AI는 곧 미국적 독창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AI가 현재 수요와 공급 중 어디에 더 기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워시 의장은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우리는 수요 측면을 집계하고 있으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GDP 수치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의 성장 시점과 규모를 추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고 답하며, 이를 "수요와 공급의 경주"로 묘사했다.
중요한 점은 워시 의장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상충 관계(트레이드오프)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잔혹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과거 세대처럼 연준 의장이 연단에 서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강력한 성장, 낮은 물가, 높은 고용은 상호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영향 및 연준의 독립성
워시 의장은 베센트 재무장관과의 주간 조찬 회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매우 유용한 논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화 정책의 수행은 독립적"이라며 "그렇다고 재정 당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동 분쟁의 영향에 대해 워시 의장은 "에너지 등 특정 부문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 공급 충격을 포함해, 인플레이션이 위원회의 2%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연준은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반적인 메시지는 정책적 매파 기조와 결합된 제도적 자신감이었다. 워시 의장은 신뢰는 "우리가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에서 나온다며, 연준이 목표를 달성하면 "지난 5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겪었던 고통이 과거의 일이 되었음을 미국 국민이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 폐기, 광범위한 제도 개혁 착수, 그리고 인플레이션 척결에 대한 명확한 언사는 워시 의장이 향후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정책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성명 발표 직후 2년물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고,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변화를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그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시장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