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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 컨퍼런스: 엔리케 로레스 페이팔 CEO, '복잡성과의 전쟁' 선포… 15억 달러 비용 절감 및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의 대전환 예고

제42회 번스타인 전략 결정 컨퍼런스(2026년 5월 27일) — 취임 90일째를 맞은 엔리케 로레스 페이팔 CEO, 첫 대규모 전략 청사진 공개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 페이팔(PayPal) 신임 사장 겸 CEO가 번스타인 전략 결정 컨퍼런스(Bernstein Strategic Decisions Conference)에서 첫 공식 석상에 올라 자신이 물려받은 회사에 대한 솔직하고도 이례적인 자성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야심 찬 기업 정상화 계획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페이팔은 세계적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며, 바로 그 격차(gap)가 곧 기회라는 것이다.

진단: 4차원 매트릭스와 소비자를 잊은 기업

로레스 CEO는 자신이 발견한 구조적 기능 부전에 대해 가감 없이 지적했다. 그는 "페이팔은 4차원 매트릭스 상태였다"며 "4차원 구조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AI를 동원해도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회사임에도 조직 일부에는 8~9단계의 관리 계층이 존재했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는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으로 이어졌다.

전략적으로 더욱 치명적인 관찰은 페이팔이 그동안 어디에 집중해 왔느냐는 점이었다. 로레스는 이 문제를 두고 "페이팔은 가맹점을 통해 유통하는 소비자 기업"이라는 직설적인 비유를 들었다. 그는 이전의 운영 모델을 제품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였는지에만 신경 쓸 뿐, 소비자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P&G(Procter & Gamble)에 비유하며 "우리가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페이팔은 지난 수년간 가맹점 제시(merchant presentment), 결제 통합, 거래 규모 지표에만 집착하며 양면 네트워크의 한 축인 소비자 부문에 대한 투자를 체계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바로 그 소비자 부문이야말로 활성화되었을 때 시장이 기대하는 고마진의 데이터 기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15억 달러 비용 절감 프로그램: AI가 핵심 역할 수행

로레스는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최소 15억 달러 규모의 총 운영 비용 절감 목표를 재확인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조직 단순화, 포트폴리오 및 지역 최적화, 그리고 모든 주요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걸친 AI 도입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한다.

세 번째 축인 AI 도입이 가장 결정적이다. 로레스는 AI 관련 효율화가 전체 절감액의 약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는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그 기회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로레스 직속의 전담 임원이 전사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검토하며 AI를 통한 재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병행되는 기술 현대화 작업 역시 AI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로레스는 플랫폼 재구축 작업(중복 시스템 제거, 클라우드 네이티브 인프라로의 재설계, 각 모듈별 경쟁력 강화)을 2년 내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AI를 통한 코드 생성 및 애플리케이션 마이그레이션 속도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증거로 페이팔의 새로운 '선구매 후결제(BNPL)' 솔루션이 유럽 여러 시장에서 동시 출시된 사례를 들며,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이를 수행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AI를 활용해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제(Checkout): 거래 규모는 더 이상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

로레스는 페이팔의 핵심인 결제(Checkout) 사업을 운영하고 평가하는 방식의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했다. 기존의 핵심성과지표(KPI)였던 브랜드 결제 거래 규모(volume) 성장은 폐기되고, 대신 '거래 마진 달러(transaction margin dollars)'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점유율 확대를 위해 거래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거래 마진을 개선하고 성장시키는 데 훨씬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페이팔은 투자자들에게 소통할 구체적인 KPI를 확정하는 단계로,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고가치 고객군과 해외 결제, 금융 집중형 카테고리 등 고마진 분야를 우선순위에 두고, 페이팔이 부가 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하는 범용 결제 흐름은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로레스는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객군과 낮은 고객군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고 언급하며, 고객 믹스 조정만으로도 단위 경제성을 크게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에 대해 로레스는 기존 가이던스와 일치하는 간결한 입장을 유지했다. 유럽의 여행 수요는 둔화되었으며, 5월 실적은 4월보다 개선되었으나 내부 예상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페이팔은 2분기 브랜드 결제 실적이 연간 가이드 범위의 하단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하며, 약 5개월 전 제시한 연간 전망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벤모(Venmo): 수익화 문제, 마침내 구체적인 계획 수립

벤모의 만성적인 수익화 부진은 투자자들의 오랜 불만 사항이었다. 로레스는 페이팔이 구축한 제품과 그에 따른 소비자 인식 및 채택률 사이의 괴리를 인정했다. 그가 제시한 처방은 금융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 고수익 기회 고객군을 식별하기 위한 정교한 고객 세분화, 그리고 마케팅 투자 대폭 확대 등 세 가지다. 그는 마케팅 분야에 대해 "기회에 비해 투자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벤모의 사용자 기반이 너무 부유해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 침투가 어렵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로레스는 긱 이코노미 종사자와 서비스직 근로자 등 벤모를 업무 대금 수령용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현재의 제품군으로는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 실질적인 금융 수요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모 사용자가 젊고 부유한 층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그 이면에는 훨씬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벤모의 1인당 평균 매출(ARPU) 추이는 이미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로레스는 해당 지표를 계속 높이면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벤모를 페이팔 산하에 두는 투자 논리는 독립 법인보다 공유 기술, 고객 데이터,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브레인트리(Braintree): 문제는 '부착률', 해결 가능한 과제

브레인트리에 대해서도 로레스는 격차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브레인트리는 대형 복합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거래 규모 성장도 견고하지만, 경쟁사들이 실제 마진을 창출하고 있는 부가 가치 서비스의 부착률(attach rate)은 여전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레스는 "우리의 서비스는 이제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일부 영역에서는 차별화도 이루어졌다"며 "영업 및 마케팅 측면에서 이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레인트리의 성과 측정 방식도 재정립했다. 결제 처리 부문을 독립 사업부로 선언함으로써, 브레인트리 경영진이 페이팔 결제 서비스와의 번들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성과를 증명하도록 했다. 해당 사업부 리더는 카테고리 전반의 성장에 책임을 지게 되며, 로레스는 이러한 구조적 책임 전환이 대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과 에이전트 커머스: 초기 단계이나 전략적 가치 보유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인 페이팔 USD(PayPal USD)는 현재 35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17개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로레스는 대규모 기업 간 해외 결제와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에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려는 소비자의 저축 수단이라는 두 가지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꼽았다. 그는 저비용 결제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장기적 잠재력을 언급하면서도, 방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우리는 실험하고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이전트 커머스(Agentic Commerce)와 관련해 로레스는 페이팔의 역할을 두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는 가맹점 카탈로그를 생태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거대언어모델(LLM) 및 에이전트 플랫폼과 연결하는 인프라 역할(최근 인수한 Cymbio 통합을 통해 가속화), 둘째는 에이전트 거래 방식을 결정하는 표준화 기구의 적극적인 참여자 역할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그의 가장 날카로운 전략적 통찰은 '신원 확인(identity)'에 있었다.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거래를 수행함에 따라, 거래 양측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에이전트 모델을 사용하든 소비자 및 가맹점 관점에서의 신원 확인은 필수적"이라며, 페이팔이 보유한 기존 KYC(고객 알기 제도)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레스가 외면하지 않는 '터미널 밸류'에 대한 질문

로레스는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우려 사항을 스스로 언급하며 발표를 마쳤다. 바로 페이팔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기업의 최종 가치(terminal value)가 실제로 얼마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의 답변은 '거래 마진 성장'을 전체 전략의 조직 원칙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결정할 핵심 지표라고 믿는 수치이며, 2027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에 책임을 묻고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조직 개편, 비용 절감 프로그램, 소비자 재투자, 기술 재구축이 결합하여 이 수치를 얼마나 일관되게 높일 수 있을지가 향후 몇 년간 페이팔 주가가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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