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26년 설비투자 640억 달러로 상향… 애리조나에 1,000억 달러 추가 투자, AI 수요 폭증 대응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2026년 7월 16일
대만 TSMC가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최근 수년간 가장 공격적인 자본 지출 계획을 내놓았다. TSMC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2026년 설비투자(CapEx) 예산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애리조나주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애리조나 프로젝트에 대한 총 투자액은 2,650억 달러로 늘어났다. C.C. 웨이(C.C. Wei) CEO는 이번 확장을 통해 2나노 이하 로직 공정 및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팹(Fab) 약 4곳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이는 "미국 주요 고객사 및 연방·주·시 정부와의 강력한 협력과 지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설비투자 확대, 경영진 "추가 가능성 배제 안 해"
TSMC의 2026년 연간 설비투자 예상치는 기존 560억 달러(4월 발표)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올해 1월 제시했던 초기 가이드라인인 520억~56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웬델 황(Wendell Huang) CFO는 UBS 애널리스트 서니 린(Sunny Lin)의 질문에 2021년 슈퍼사이클 당시와 같은 다년도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추세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번에는 향후 3년간의 설비투자가 과거 3년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격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 CEO는 이러한 투자 증가의 일부는 단순 수요 증가뿐 아니라 장비 가격 인상도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가격으로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예산의 약 70~80%는 첨단 공정 기술에, 약 10%는 특수 노드, 10~20%는 첨단 패키징·테스트·마스크 제작에 배정됐다. 골드만삭스의 에블린 유(Evelyn Yu)가 패키징 분야의 설비투자 규모를 별도로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영진은 거부했다. 웨이 CEO는 전공정(front-end)과 후공정(back-end) 장비 간 병목 현상이 예측 불가능하게 이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테스트 장비에서 수급 압박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급 격차 심화에 매출 전망치 또 상향
TSMC는 2026년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은 "40% 상회"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웨이 CEO가 언급한 "극도로 강력한" AI 관련 수요에 따른 것이다.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446억~458억 달러로, 중간값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을 예고했다. 도이체방크의 로버트 샌더스(Robert Sanders)가 3나노 이하 공정의 공급 대비 비제약적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30~50% 범위 제시)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자, 웨이 CEO는 확답을 피하면서도 "격차가 매우 크다"고 인정했다.
웨이 CEO는 모건스탠리의 찰리 찬(Charlie Chan)이 5년간 AI 가속기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 가이던스(기존 50% 중후반대)가 상향되었는지 묻자, 수치 대신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를 정량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객사의 공격적인 수요 전망을 어떻게 생산 계획에 반영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모든 고객이 나에게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합치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모든 고객이 매우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CEO의 역할은 바로 그것이다. CEO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TSMC는 현재 고객사가 주문한 칩이 재고로 쌓이지 않도록 데이터센터 건설 진행 상황, 랙 배치, 전력 가용성 등을 교차 검증하고 있다.
에이전트 AI, CPU 수요 부활의 견인차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구조적 변화는 웨이 CEO가 에이전트 AI(Agentic AI)를 가속기뿐만 아니라 CPU의 성장 동력으로 언급한 점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CPU가 커스텀 실리콘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웨이 CEO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에이전트 AI의 등장이 AI 데이터센터 내 CPU의 역할을 재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는 AI 가속기 외에 추가적인 실리콘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가 x86, ARM, RISC-V 등 어떤 아키텍처를 선택하든 "거의 모두가 TSMC의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역학 관계와 첨단 공정 수요가 설비투자 확대와 연간 실적 전망 상향의 주요 원인이다.
A14 공정 일정 앞당겨져, A13 및 A12 파생 노드 확정
TSMC는 N2의 후속이자 2세대 나노시트 트랜지스터 기술인 차세대 A14 노드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A14는 N2 대비 동일 전력에서 속도는 10~15%, 동일 속도에서 전력 효율은 25~30% 개선되며, 트랜지스터 밀도는 약 20% 향상될 전망이다. 내부 테스트 결과 이미 90%에 육박하는 소자 성능과 256메가비트 SRAM 테스트 구조에서 90% 수준의 수율을 달성했으며, 웨이 CEO는 고객사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활동이 "일정보다 앞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7년 프리 프로덕션(시험 생산)을 거쳐 2028년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A13과 A12 파생 노드도 확인됐다. A13은 97% 광학 축소를 통해 다이 면적을 6% 이상 절감하면서도 A14와 설계 규칙 호환성을 유지해 IP 마이그레이션을 용이하게 했다. A12는 A14 플랫폼에 TSMC의 슈퍼파워 레일(superpower rail) 아키텍처를 도입한다. 웨이 CEO는 A14 제품군이 N2 노드의 긴 수명을 재현할 것이라며, "A14와 그 파생 기술들은 2나노가 3나노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노드인 것처럼, N2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노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 궤도: N2 램프업과 해외 팹 희석 효과는 일시적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67.7%로 전 분기 대비 150bp 상승하며 가이던스를 소폭 상회했다. 원가 절감 노력과 가동률 상승이 주효했으나, 해외 팹 가동에 따른 희석 효과가 일부 상쇄했다. 3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는 중간값 66%로, 2나노 생산능력의 가파른 확대에 따른 3~4%포인트의 하락 요인이 반영됐다. 경영진은 이 영향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외 팹 희석 효과는 초기 단계에서 2~3%포인트, 확장 규모가 커지는 후기 단계에서는 3~4%포인트의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생산성 향상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장기적인 매출총이익률 목표치인 53%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인텔과의 경쟁에 정면 대응
모건스탠리의 찰리 찬이 삼성 파운드리와 인텔의 위협에 대해 묻자 웨이 CEO는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답했다. "한국의 경쟁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부러울 따름이다. 미국의 다른 경쟁사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도 (공식 발표는 안 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파운드리 파트너를 바꾸는 것은 식료품을 사는 것과 달리 매우 신중한 결정이라며, "기술을 선택하고 램프업하는 것은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는 것과 다르다. 기술을 이해하고, 테스트 칩을 활용하며, 협력하고, 생산능력을 준비해 양산하는 데 5년은 걸린다"고 일축했다. 그는 기술력, 제조 실행력, 고객 신뢰를 TSMC의 핵심 해자로 꼽았다.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인텔의 EMIB-T가 세를 넓히는 것에 대해서는 위협이 아닌 오히려 생산능력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우리 패키징 캐파는 고객사 성장을 감당하기에 너무 부족하다"며 대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정과 후공정의 경쟁 역학은 다르다며, "후공정에서 경쟁사가 치고 나간다고 해서 전공정 웨이퍼 사업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성숙 노드: 전력 관리 및 이미지 센서로 국한된 공급 부족
경영진은 성숙 노드(mature node)의 전반적인 회복설을 일축했다. 웨이 CEO는 공급 부족이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관리 IC(PMIC)와 AI 시스템 환경 센싱에 쓰이는 CMOS 이미지 센서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소비재 제품은 수요가 강하지 않다며, TSMC의 성숙 노드 전략은 범용 제품의 물량을 쫓기보다 일본 JASM 및 독일 ESMC 팹을 통해 자동차·산업용 등 고부가가치 전략 분야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객 집중도 및 금융 지원: 기존 입장 고수
아레테(Arete)의 짐 폰타넬리(Jim Fontanelli)가 주요 AI 고객사에 대한 매출 집중도 위험을 묻자 웨이 CEO는 이를 부정했다. 매출 성장은 특정 고객 의존이 아니라 새로운 AI 기업들의 참여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일부 고객사를 따라 직접 금융 지원이나 지분 투자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원활하고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