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미컨덕터, 70억 달러에 시냅틱스 인수… '피지컬 AI' 시장 공략 가속화
2026년 6월 25일 M&A 컨퍼런스 콜 개최
온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가 시냅틱스(Synaptics)를 기업가치 약 70억 달러에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온세미가 AI 데이터센터부터 피지컬 AI(Physical AI)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지능형 시스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거래를 통해 온세미는 기존의 전력 및 센싱 핵심 사업을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수적인 커넥티드 컴퓨팅, 무선 연결,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기술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
이번 합병으로 온세미의 전체 시장 규모(TAM)는 2030년까지 2,430억 달러로 300억 달러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경영진은 AI 관련 TAM만 연평균 성장률(CAGR) 25%를 기록하며 10년 말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산 엘 코우리(Hassane El-Khoury) 온세미 CEO는 이번 인수를 두고 "AI 인프라 및 산업 시장에서 다져온 온세미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미래 시장의 흐름을 선점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를 위한 '4대 핵심 축' 전략
엘 코우리 CEO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승리하기 위한 4대 핵심 축으로 전력(Power), 센싱(Sense), 제어(Control), 커넥티드 컴퓨팅(Connected Compute)을 제시했다. 온세미는 이 중 앞선 세 가지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냅틱스는 자사의 Astra 플랫폼과 연결성 포트폴리오를 통해 네 번째 축을 완성한다. 엘 코우리 CEO는 "양사가 결합하면 전력, 센싱, 커넥티드 컴퓨팅, 제어라는 피지컬 AI의 4대 핵심 축을 모두 아우르는 업계 리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략적 합병의 핵심은 양사의 고객 기반과 제품 포트폴리오 간 중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엘 코우리 CEO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력 변환 및 제어 시스템 중심에는 항상 컴퓨팅 기술이 연결되어 있다. 반대로 시냅틱스가 컴퓨팅 측면에서 아키텍처 제어권을 쥐고 있는 시스템에는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부품들이 항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 위치는 연간 2억 달러 규모의 비용 시너지 외에도 상당한 매출 시너지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구체적인 매출 목표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Astra 플랫폼
온세미의 사업부로 합류하게 될 라훌 파텔(Rahul Patel) 시냅틱스 CEO는 Astra 플랫폼의 시장 반응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AI 네이티브 프로세서 및 마이크로컨트롤러 플랫폼인 Astra는 NPU, GPU, 범용 CPU,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단일 SoC(시스템 온 칩)에 통합했다. 파텔 CEO는 "6월에 종료되는 2026 회계연도 실적을 보면, 당초 예상했던 파이프라인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과 관련한 파텔 CEO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현재 35개 기업과 협력 중이며, 각 기업 내에서도 여러 SKU(품목)에 시냅틱스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휴머노이드용 촉각 센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들 기계가 "단순히 상황을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업팀이 대응하기 전에 먼저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경제성 측면에서 파텔 CEO는 현재 휴머노이드 플랫폼당 시냅틱스가 30~60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으며, 온세미의 전력 장치, 모터 드라이버, 위치 센서 등이 결합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치를 넘어 로봇 공학으로 확장되는 HMI
이번 전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시냅틱스의 HMI 사업을 전통적인 터치스크린 영역 너머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엘 코우리 CEO는 로봇 및 휴머노이드용 촉각 센싱 분야에 "미개척 기회가 존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아는 터치 인터페이스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넘어, 로봇과 휴머노이드 전반의 센싱 기술로 HMI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새로운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포지셔닝은 성숙기에 접어든 소비자 가전 사업을 피지컬 AI라는 성장 동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온세미는 이미 유도 방식의 위치 센서를 생산하고 있으며, 시냅틱스의 촉각 센싱 기술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엘 코우리 CEO는 이 기술이 온세미의 'Treo 플랫폼'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온세미의 이스트 피시킬(East Fishkill) 공장에서 자체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텔 CEO는 북미의 한 휴머노이드 기업이 올해 말 파일럿 모델 출시와 2027년 말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냅틱스가 이미 해당 플랫폼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무 구조 및 인수 완료 시점
이번 거래는 비교적 낮은 프리미엄으로 구조화되었다. 시냅틱스 주주들은 시냅틱스 주식 1주당 온세미 주식 1.350주를 받게 되며, 이는 최근 10일간 거래량 가중 평균 종가 대비 약 19%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합병 후 지분 구조는 온세미 주주 88%, 시냅틱스 주주 12%가 된다.
태드 트렌트(Thad Trent) 온세미 CFO는 시장 전망치를 기준으로 합병 법인의 2026년 예상 매출이 7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2억 달러 규모의 시너지 중 85~90%는 판관비(SG&A) 절감에서, 나머지는 매출원가 절감에서 발생할 예정이다. 트렌트 CFO는 이 시너지 수치에 온세미의 비GAAP(non-GAAP) 회계 기준에 맞춘 주식 기반 보상 조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포함한 규제 당국의 승인과 시냅틱스 주주 승인 등을 거쳐 2027년 중반까지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며, 완료 후 18개월 이내에 비GAAP 기준 EPS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합병 법인의 순부채는 12억 달러, 레버리지 비율은 1배 미만으로 유지되어, 인수 완료 시까지 잉여현금흐름의 100%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자본 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전액 주식 교환 방식에 대해 트렌트 CFO는 "재무제표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낮은 프리미엄으로 자본 환원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파텔 CEO는 온세미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냅틱스가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데 2~3년이 걸릴 일을 즉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시냅틱스 주주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 시너지는 일부 제품군에 한정
온세미는 65나노미터 미만의 첨단 공정을 사용하는 시냅틱스의 Astra 제품군에 대해 당장 큰 제조 시너지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온세미의 생산 시설은 성숙 공정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엘 코우리 CEO는 이스트 피시킬 공장의 BCD65 플랫폼을 활용해 HMI 포트폴리오를 생산할 기회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기존 Treo 플랫폼 생산 능력을 침해하지 않는 보완적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별적인 내부 생산 전략은 경영진이 비용 구조 개선보다는 매출 시너지와 시장 확장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센터 전략과의 연관성
이번 인수가 온세미의 기존 AI 데이터센터 전략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엘 코우리 CEO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의 방향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온세미는 이미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강력한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시냅틱스 인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확장이라는 설명이다.
엘 코우리 CEO는 피지컬 AI를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AI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커넥티드 컴퓨팅과의 결합은 지난 3년간 우리가 구축해 온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병은 고성장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서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피지컬 AI라는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향후 성공 여부는 경영진이 구상한 매출 시너지를 통합 영업 조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스템 솔루션과 고객 가치 제안
양사 CEO는 고객들이 개별 부품보다는 완전한 시스템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텔 CEO는 피지컬 AI 시장에 진출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AI 기업이 "시스템 통합의 엔지니어링 부담 없이 데이터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완전한 플랫폼 공급을 원했다고 전했다.
엘 코우리 CEO는 온세미의 전력, 센싱, 제어 기술이 고객 설계에서 시냅틱스의 컴퓨팅 코어를 자연스럽게 감싸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stra 레퍼런스 설계에서 4대 핵심 축이 각각 100%의 BOM(자재명세서)을 구성한다면, 양사의 결합으로 중복 없이 4대 축 모두를 완벽하게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냅틱스가 Astra를 중심으로 구축한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자 친화적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와 구글의 Coral NPU 파트너십은 온세미의 유통망을 통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스템 레벨의 접근 방식은 단순 마이크로컨트롤러 업체나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중국 당국의 규제 승인과 시냅틱스 주주 승인이 2027년 중반 인수를 위한 핵심 과제다. 경영진은 양사 포트폴리오의 상호 보완성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자신했다. 양사는 인수 완료 시까지 기존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