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2026년 매출 가이던스 430억~450억 유로로 상향… 메모리 수요 75% 급증 및 가격 결정력 강화 시사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7월 15일) — AI 기반 설비 투자 경쟁으로 로직 및 메모리 고객사들의 다년 계약 체결 잇따라
ASML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430억~450억 유로,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54~56%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CEO는 이번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첨단 로직 및 D램 분야 전반에서 AI 기반 설비 투자가 급증하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사들은 연중 설비 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ASML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수년간의 주문 가시성을 확보하게 됐다.
최종 시장별 수요 격차는 뚜렷했다. 올해 메모리 관련 시스템 매출은 전년 대비 75% 이상, 첨단 로직/파운드리 시스템 매출은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저 다센(Roger Dassen) CFO는 2026년에 Low-NA EUV 시스템 약 65대를 출하할 계획이며, 이는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머전(immersion) DUV 시스템은 약 130대 출하될 예정이다. 기존 장비의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하는 설치 기반 관리(Installed Base Management) 매출은 고객사들이 제한된 클린룸 공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에 힘입어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경영진, 가격 결정력 강화 움직임 시사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격 정책과 관련된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UBS의 프랑수아-자비에 부비니(Francois-Xavier Bouvignies) 애널리스트가 TSMC의 High-NA 시스템 비용 부담 언급을 인용하며 Low-NA EUV 장비의 가격 재조정 가능성을 묻자, 다센 CFO는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시장 환경은 과거보다 가격 책정에 있어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한다"며, ASML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긴 주문 리드타임으로 인해 가격 재조정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생산성 연동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넘어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그동안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던 ASML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이후 울프 리서치(Wolfe Research)의 크리스 카소(Chris Caso) 애널리스트와의 질의응답에서도 다센 CFO는 ASML이 현재 시장 환경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고려할 때 "더 큰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백로그 구조상 가격 재조정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이어지는 설비 투자 계획과 가시성
ASML은 2027년 Low-NA EUV 주문 물량을 "거의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으며, 해당 연도에 Low-NA EUV 생산 능력을 30% 확대해 약 85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8년의 경우 이미 "상당한 규모"의 주문을 확보했으며, 생산 능력을 추가로 30% 확대해 약 110대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머전 DUV 시스템 역시 2027년 30% 증설, 2028년 추가 30%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진은 이러한 증설이 기존 생산 거점 내에서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푸케 CEO는 "계획 중이거나 검토 중인 모든 증설은 기존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한다"며, 지난 6~9개월간 신규 공장 건설 대신 클린룸 공간 최적화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다센 CFO는 중요한 세부 사항을 덧붙였다. 2027년 장비 구성이 기존 D 모델에서 E 및 F 모델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단순 대수 증가보다 실제 생산 능력 확대 폭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장비 대수가 30%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형 모델의 높은 처리량과 설치 기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면 웨이퍼 생산 능력은 약 45%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85대와 110대라는 수치가 상한선인지 묻는 질문에 다센 CFO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확정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2028년 110대 공급 시나리오에 대해 아직 모든 주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고객사들의 강력한 수요 신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Intel과 함께 High-NA 생산 이정표 달성
ASML은 Intel Foundry가 18A 공정 노드에서 High-NA EUV 기술을 활용해 'Intel Core Ultra Series 3' 프로세서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High-NA 기술이 양산 환경에서 준비되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푸케 CEO는 이번 발표를 통해 High-NA 가격이 가치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Low-NA EUV 도입 초기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충분히 성숙해져야 비용 효율성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High-NA가 Low-NA와 이머전 멀티 패터닝 조합보다 비용 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절한 성숙도에 도달해야 한다"며 Intel의 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2026년 High-NA 시스템 매출 인식분은 기존과 동일하게 4~5대로 유지된다.
로직과 메모리 고객사 중 누가 먼저 High-NA를 대규모로 도입할지에 대해 푸케 CEO는 양쪽 모두 점진적으로 Low-NA 기반의 멀티 패터닝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제품 웨이퍼에 High-NA를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2027년까지 이어질 수익성 개선 흐름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54%로 가이던스를 상회했으며, 이는 고수익 부품인 설치 기반 관리 사업의 기여가 컸다. 경영진은 3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를 55~57%로 제시했으며, 4분기에는 EUV 믹스 개선, 상반기 대비 하반기 이머전 출하량 증가, 설치 기반 사업의 강세에 힘입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센 CFO는 올해 D 모델 EUV 장비 출하는 사실상 완료되었으며, 핵심 부품인 ZEISS 광학 장비가 매진됨에 따라 2027년 출하량은 처리량이 더 높은 E 및 F 모델로만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믹스 변화는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더 나은 매출총이익률 프로필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업 레버리지, 구조적 성장으로 자리매김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C.J. 뮤즈(C.J. Muse) 애널리스트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5% 성장하는 동안 영업비용은 6%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이러한 영업 레버리지의 지속 가능성을 질문했다. 다센 CFO는 과거 상승기와 달리 인력 규모를 매출과 비례해 늘리기보다 R&D 및 판관비를 엄격히 관리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그는 "현재 인력으로도 향후 매우 공격적인 로드맵을 수행할 수 있다"며, 영업 레버리지가 향후 분기에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20% 수준을 유지했으며, 이는 전반적인 회사 성장세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광범위한 설비 증설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매출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ASML은 차기 자본시장 행사를 2027년 6월 10일로 예정했으며, 이를 통해 시장 및 기술 역학 변화를 반영한 중장기 목표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