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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2027년, 2026년보다 공급난 심화… 고객사, 원하는 DRAM 절반도 못 받아"

KeyBanc 기술 리더십 포럼, 2026년 8월 10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KeyBanc 기술 리더십 포럼에서 메모리 공급망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메시지를 던졌다.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2027년이 2026년보다 더 타이트한 수급 상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밋 사다나(Sumit Sadana) 마이크론 수석 부사장은 존 빈(John Vinh) 애널리스트와의 대담에서 지난 실적 발표 이후 고객사들의 총수요 신호가 한층 강해졌으며, 2027년에는 업계 전반의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다나 부사장은 "2027년은 2026년보다 공급이 더욱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기존에 마이크론이 제시했던 '2027년까지 타이트한 수급'이라는 전망보다 훨씬 공격적인 입장이다.

움직이는 목표 쫓는 마이크론, 설비투자(Capex) 2,500억 달러로 확대

마이크론은 미국 내 제조 시설 투자 규모를 기존 2,0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원자재 웨이퍼 공급을 위해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쳐 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생산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사다나 부사장은 상황 통제에 한계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수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이 언제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디지털 영역에서 급증하는 AI 수요와 물리적 영역에서 구축해야 하는 메모리 공급 사이의 구조적 불일치 때문이며, 최첨단 팹(fab)을 가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시장이 이러한 격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고객 계약(SCA): 강력한 구속력을 갖춘 새로운 계약 구조

이번 포럼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마이크론의 '전략적 고객 계약(Strategic Customer Agreements, SCA)'이다. 사다나 부사장은 이를 과거 업계에서 사용하던 기존의 장기 공급 계약(LTA)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제력이 없는 12개월짜리 구두 합의 수준이었던 과거 LTA와 달리, SCA는 계약 해지 조항이 없는 구속력 있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미사용 시에도 대금 지불)' 방식이다. 대부분 2030년 말까지 5년 계약이며, 일부 소규모 자동차 고객사는 3년 단위로 체결된다. 지난 실적 발표 당시 마이크론은 220억 달러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담보된 16건의 SCA를 체결했으며, 이 중 180억 달러는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사다나 부사장은 그 이후로도 추가적인 SCA가 체결됐음을 확인해 주었다.

투자자들이 마진 지속 가능성을 모델링할 때 주목할 점은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다. 대부분의 SCA 물량에는 가격 밴드가 적용된다. 상한선은 계약 체결 당시의 시장 가격에 연동되며(초기 16건은 마이크론 회계연도 2분기 가격 기준, 이후 계약은 체결 시점의 시장가 기준), 하한선은 사다나 부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업계 사이클상 이전 최고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매출 총이익을 보장하도록 설정됐다. 또한 이 계약들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에버그린(evergreen)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고객사들이 메모리를 일시적인 경기 대응 수단이 아닌 10년 이상의 전략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시대의 LTA처럼 공급이 정상화되면 계약이 파기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다나 부사장은 구속력 있는 조항과 해지 불가 조건을 강조하며, 과거 메모리를 '전술적'으로 다뤘던 고객사들이 현재 가장 큰 공급난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데이터센터 수요: 고객사, 원하는 물량 절반도 확보 못 해

사다나 부사장은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마이크론이 고객 수요의 절반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러한 제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수년간 지속될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이지 않고 있다며 "고객사들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급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버 메모리 사양 하향 조정 논란에 대해서는 가격 민감도 때문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배분 전략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즉, 고객사들이 단위당 평균 용량을 희생하는 대신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며, 서버당 평균 밀도가 낮아졌음에도 전체 DRAM 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AI와 로봇공학: 차세대 수요 파동, 현재 AI 사이클 압도할 것

사다나 부사장의 가장 눈에 띄는 미래 전망은 물리적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 분야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현재의 AI 메모리 사이클을 압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빠른 응답 속도와 클라우드 연결 없는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 기가바이트(GB)의 DRAM과 테라바이트(TB)급 SSD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사다나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로봇이 보급되면 총 메모리 요구량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며, 이 흐름이 이번 십년대 후반에 가속화되어 2030년대 초반에는 지수적 성장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타임라인이 정확하다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현재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훨씬 더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HBM 경제성과 ASIC형 공급 모델로의 전환

HBM에 대해 사다나 부사장은 고대역폭 메모리와 기존 DRAM 공급 사이의 점점 더 악화되는 교환 비율을 재차 언급했다. 현재 HBM3E 세대에서는 HBM 100비트를 생산하면 DDR 용량 300비트가 대체되는데, HBM4와 HBM4E로 가면 이 비율이 약 4:1로 악화되어 표준 DRAM용 웨이퍼 공급을 더욱 압박하게 된다. 더 중요한 점은 경쟁 우위 측면에서 HBM 설계 및 인증 비용이 너무 높아 대부분의 고객사가 특정 플랫폼에 3개 공급업체를 모두 인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시장이 단일 또는 이원화 공급 구조로 흐르게 함을 의미한다. 그는 "시장이 점점 더 ASIC(주문형 반도체) 시장과 유사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논리를 데이터센터용 저전력 DRAM 등 차별화된 메모리 제품으로 확장했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Nvidia)와 단독 공급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공급 제약으로 인해 이원화가 강제된 사례를 들었다.

미국 내 삼성·SK하이닉스와의 경쟁 구도

삼성전자의 텍사스 투자와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투자에 대한 질문에 사다나 부사장은 분명한 차이를 강조했다. 삼성의 텍사스 투자는 메모리가 아닌 로직 파운드리 역량이며,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부지는 전공정이 아닌 후공정 패키징 시설이라는 점이다. 그는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최첨단 메모리 전공정 팹을 구축하는 유일한 기업임을 강조했다. 2027년 중반과 2028년 말 가동 예정인 아이다호 팹, 그 이후의 뉴욕 팹 클러스터, 그리고 장수명 및 자동차용 DRAM을 담당할 버지니아 부지를 예로 들었다. 마이크론은 미국산 공급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을 계획에 반영하고 있으며, 고객사들이 공급망 회복력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DRAM 공급 제약, NAND로 전이

고객사들이 DRAM 요구량을 줄이기 위해 콜드 데이터를 DRAM에서 플래시(NAND)로 옮기는 현상에 대한 질문에 사다나 부사장은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에이전트형 AI나 추론 워크로드를 실행하는 시스템은 컨텍스트 윈도우가 길어지면서 DRAM 제약이 극심해, 오히려 과부하된 데이터가 NAND로 밀려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에이전트형 AI 상호작용이 단순 채팅 인터페이스보다 5~30배 많은 토큰을 요구하며 대역폭과 원시 용량 요구치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마이크론의 두 제품 라인 모두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잠식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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