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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버 연구소: 트럼프의 이란 합의, 군사적 성공 이후 '전략적 항복'으로 변질

굿펠로우즈(Goodfellows) 패널 토론, 2026년 6월 18일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의 선임 연구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이란과의 양해각서(MOU)가 최근 중동에서 미국이 확보했던 압도적 우위를 스스로 저버리는 전략적 역행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평가는 금요일 스위스에서 서명될 예정인 14개 항의 합의안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나왔다. 역사학자 나일 퍼거슨(Niall Ferguson)은 이를 두고 당초 공언했던 '웅장한 분노의 작전(operation epic fury)'이 아닌 '서사적 실패의 작전(operation epic fail)'이라고 비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합의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합의안 초안은 시작부터 부실하며, 뒤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1항은 레바논 내 전투를 포함해 중동 내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당사자가 아닌 이스라엘 측에는 통보조차 되지 않은 내용이다. 3항은 핵 문제를 60일간의 협상 과정으로 넘기는데, 어떤 전문가도 이 기간 내에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8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명시했으나, 나머지 14개 항 중 4개 항은 제재 완화와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를 담고 있으며, 일부는 원유 수출 허용을 통해 즉각적인 혜택으로 돌아간다.

퍼거슨은 "우드로 윌슨의 14개 원칙보다도 못한, 끔찍한 14개 항"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 합의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문구는 "이상할 정도로 비대칭적"이고 핵 관련 조항은 정해진 기한 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목표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확전 회피라는 치명적 결정

H.R. 맥마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육군 중장)은 이번 사태의 결정적 오류로 약 9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꼽았다. 맥마스터는 이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했고, 합참의장과 중부사령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런 결과로 향하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이 맥마스터의 분석이다.

휴전 시점 역시 치명적이었다. 군사 작전이 해협 개방을 향해 나아가던 결정적 순간에 휴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맥마스터는 휴전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파키스탄의 무니르 육군 원수가 "당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중국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전쟁 초기 단계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성공적으로 주장하게 됐다.

맥마스터는 현 행정부의 패턴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결정을 고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주변에서 조언을 하면 '두려움에 의존하지 말라'는 원칙을 잊어버린다." 그는 트럼프가 2017년 시리아 공습이나 남아시아 전략 등 위험한 결단을 내린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는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부재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합의안에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이란의 대리 세력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6개 전선에서 전쟁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에는 미국과 이란 간의 영토 보전 존중만 명시될 뿐 이스라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맥마스터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헤즈볼라에 대한 자위권 행사마저 제약하는 합의안에 이스라엘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 14항은 모든 합의 내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는데, 이는 이란의 약화로 영향력을 잃어가던 러시아와 중국을 다시 중동 문제에 끌어들이는 격이 됐다. 맥마스터는 이를 "가장 잘못된 시점에 그들에게 중동 문제의 발언권을 되돌려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2015년의 악몽, 되풀이되는 합의

2015년 이란 핵 합의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으며, 현재의 합의안은 그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당시 합의는 테헤란에 막대한 현금을 유입시켜 아야톨라 하메네이 정권을 되살려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 1,100억 달러가 이란으로 흘러 들어가 하마스,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아사드 정권,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그리고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이 됐다.

경제학자 존 코크런(John Cochrane)은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이번 합의가 경제적 지렛대를 제거하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언급하며, 이 합의가 정치적으로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눈치 보기 바쁜 걸프 국가들

미국의 걸프 지역 파트너들은 분쟁의 향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맥마스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은 '자유 작전(Operation Freedom)'이 걸프 해역 선박 호위를 시작했을 때, 이란이 경고성 타격을 넘어 자국의 석유·가스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할까 봐 우려를 표했다. 에미리트(UAE)는 당초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현재는 테헤란에 몰래 자금을 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퍼거슨은 중동 지역 내 전략적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더 이상 항행의 자유라는 공공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국가로 인식되지 않는다. 퍼거슨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보다 훨씬 불확실한 곳이 됐다"고 경고하며, 정상화는 폐쇄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권 생존의 문제

패널들은 이란 내부의 역학 관계가 미국의 목표를 구원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퍼거슨은 이란인 중 정권을 지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과거 발생했던 봉기는 잔혹하게 진압되어 3만~4만 명의 젊은이가 희생됐으나, 정권에 대한 대중의 근본적인 반감은 여전하다.

행정부의 생각은 부패한 관료들과 혁명수비대(IRGC) 강경파 사이의 분열을 이용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 초안에 등장하는 3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은 부패한 관료들의 탐욕을 자극해 혁명수비대 지도부의 광신적 태도를 약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맥마스터는 혁명수비대 내 균열을 이용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역외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칼리바프 사령관과 같은 부패한 인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퍼거슨은 합의안을 완전히 배척하기보다는 그 2차, 3차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드로 윌슨의 14개 원칙이 독일 처리에 대한 치명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1918~19년 이후 실제로 많은 부분이 실현되었던 사례를 들며, 트럼프 행정부도 이란 정권이 연말까지 전쟁이 아닌 평화 상태에서 위기에 직면한다면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간선거의 셈법

코크런은 가장 냉소적이지만 현실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이 합의안은 11월 중간선거까지 폭력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들여 미국의 적들을 지원하는 것이며, 이후 공화당이 의회 통제권을 유지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길 바라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미 백기를 들고 이란에 패배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실패하면 다시 싸우겠다고 밝혔지만, 퍼거슨은 애초에 그 전투가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평화의 대안은 전 세계적 불황뿐이라며, "어리석은 사람들은 전 세계적 불황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식 시장의 활황과 유가 하락을 자신의 정책이 옳았다는 증거로 내세웠다.

60일의 시한과 8월의 심판

8월 20일, 60일간의 핵 협상 기간이 끝난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패널들은 만장일치로 '추가 지연'을 예상했다. 퍼거슨은 학생들이 기한 연장을 요청하듯 "30일 더"를 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마스터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보았으며, 코크런은 "중간선거 때까지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말싸움만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맥마스터는 네타냐후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야당 대표가 국내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만큼은 완전히 결속해 한계까지 시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 국민과 의회를 직접 설득하며, 헤즈볼라에 대한 자위권마저 제약하는 합의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퍼거슨은 이번 합의 이후 미국의 외교 정책 야망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쿠바를 다음 협상 대상으로 지목했지만, 이란 합의 결과가 미국의 협상 신뢰도를 좌우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거부하고 이란과의 차이를 덮어버린 미국은 향후 분쟁에서 중재자로서의 영향력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의 예상치 못한 우위

중동에 관심이 쏠린 사이, 우크라이나의 군사 상황은 키이우에 유리하게 급변했다. 퍼거슨은 2026년 초부터 우크라이나가 푸틴이 러시아군을 충원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러시아군을 사살하고 있으며, 자체 제작한 드론과 플라밍고(Flamingo) 순항 미사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타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났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차단될 정도로 러시아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가 중재하려는 평화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더 이상 작년 말 논의되던 돈바스 영토 양보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 퍼거슨은 "그들은 이제 승리하고 있기 때문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등 이 상황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코크런은 현재 상황을 1918년 여름 서부 전선에 비유했다. 러시아군의 광범위한 투항과 무인기·지상 로봇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자율 부대에 대한 항복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러시아의 방공망은 무력화되었고, 스타링크 접근 차단과 심각한 연료 부족으로 러시아 경제는 붕괴하고 있다.

부상당한 곰의 문제

맥마스터는 푸틴이 나토(NATO)의 약점을 드러내기 위해 회색 지대 분쟁을 통해 수평적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총리 자택 방화 시도, 해저 케이블 절단, DHL 항공기 폭탄 테러 등이 그 예다. 푸틴은 에스토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유럽 내 분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코크런은 푸틴이 절박해질 경우 어떤 행동을 할지 우려를 표했다. 전쟁 패배는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기에, 푸틴은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발트해 지역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패널들은 페르시아만 사태와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 이후, 미국을 효과적인 협상자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퍼거슨은 우크라이나가 "비밀리에 승리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이것이 다른 국가들에 미칠 위험을 경고했다.

맥마스터는 전쟁의 교훈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억제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무기 체계를 더 일찍 받았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전쟁의 본질은 여전히 영토, 인구, 자원에 대한 통제에 있다고 지적하며, 러시아가 독일의 소련 침공 당시와 같은 실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지도는 보았지만 규모(scale)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현대 전장의 투명성은 드론 확산으로 인해 지속적인 공세 작전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다. 맥마스터는 다음 전쟁은 전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감시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즉각 사이버 공간과 저궤도 위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는 코크런과 함께 전쟁의 가장 큰 교훈은 결국 '인적 요소'에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의 부패와 조직적 실패는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폭로였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과 달리 강력한 리더십과 응집력 있는 팀워크를 갖춘 군대로 변모했다. 이는 공항에서 러시아 정예 공수부대를 격퇴한 영토방위군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쿠바의 다가오는 변화

미국은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현 대통령 일가에 제재를 가하며 쿠바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퍼거슨은 쿠바 정권이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고 있으며, 플로리다의 쿠바 망명자들이 원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아닌, 워싱턴과 타협할 의사가 있는 순응적인 후계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는 승리가 될 것이다.

코크런은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베네수엘라, 이란, 쿠바 모두 미국이 승리 직전까지 몰아붙이고도 마지막에 경기장을 떠나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이란 정권이 교체되고, 쿠바가 혁명을 완수했다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패턴은 마무리가 아닌 '펀트(punt, 미식축구에서 공을 멀리 차버리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건에 대해 코크런은 간단한 공식을 제시했다.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사람들이 실질적인 현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하라는 것이다. 맥마스터는 핵심 과제로 쿠바 군부가 소유한 자산을 민간으로 전환하되, 러시아식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탄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쿠바와 베네수엘라 야권이 통합을 논의 중이라는 점을 들어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가 1950년대처럼 휴양지로 변모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퍼거슨은 자신이 응원하는 스코틀랜드 축구팀이 월드컵을 위해 보스턴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코틀랜드 서포터들은 이제 조별 리그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조적인 즐거움을 찾고 있다. 그는 축구 팬덤을 무승부나 아쉬운 패배 속에서도 고통을 즐기는 '중독'이라고 표현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미국인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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