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전력망 성장세 중기 목표치 상회 및 AI 생산성 향상 가속화에 연간 실적 전망 상향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2026년 7월 29일
히타치(Hitachi)가 매출과 조정 EBITA(이자·세전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고 1분기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경영진은 연간 매출, 조정 EBITDA, 순이익, 핵심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및 ROIC(투하자본수익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으나, 카토 토모미(Tomomi Kato) CFO는 환율 효과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실질적인 성장률은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스템 및 서비스, 에너지, 모빌리티, 커넥티브 인더스트리 등 4개 사업부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히타치와 같은 대규모 복합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광범위한 성장세라는 평가다.
중기 계획 앞서가는 에너지 부문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에너지 부문의 모멘텀이 히타치의 중기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는지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카토 CFO는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전력망(Power Grids) 사업부의 연간 매출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기 목표치인 '10% 후반대'를 웃도는 수치"라고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성장률 측면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면서도, 단 한 해의 성과로 다년간의 목표치를 수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분기 전력망 사업부 매출은 달러 기준 35% 증가했으며, 히타치 에너지(Hitachi Energy)는 22% 성장했다. 경영진은 해당 부문의 연간 매출 전망치를 3,600억 엔, 조정 EBITDA 전망치를 760억 엔 상향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4%포인트 개선된 14.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토 CFO는 수익성 개선이 단순히 가격 결정력에 기인한다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판매 가격 인상은 공급 부족에 따른 기회주의적 가격 책정이 아니라, 다년간의 HVDC(초고압 직류송전) 계약에 포함된 비용 연동형 가격 조정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는 수익 증대라기보다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라며, 실질적인 이익률 개선은 생산 능력 확대, ERP 시스템 도입 1년 후의 효율성 증대, 그리고 토목 건설 리스크를 배제한 EPC 중심의 엄격한 프로젝트 관리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800V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초기 진입자이나 완전한 솔루션은 아냐
투자자들은 GE 버노바(GE Vernova)의 최근 고체 변압기(Solid-state transformer) 관련 언급을 의식해, 히타치의 800V 데이터센터 전력 아키텍처 및 엔비디아(NVIDIA)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타마이 신이치로(Shinichiro Tamai) IR 본부장은 타임라인과 범위를 명확히 했다. 800V 아키텍처는 2028년부터 업계 전반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히타치는 2027년 초 출시를 목표로 그리드-투-랙(grid-to-rack) 전력 변환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히타치 에너지가 이미 보유한 제어 시스템과 전력 전자 기술을 통합하는 고체 변압기 기술은 장기적인 과제다. 타마이 본부장은 "고체 변압기로의 전환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가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경쟁사 대비 단기적인 데이터센터 관련 수혜 기대감을 조절했다.
일본 내 IT 서비스의 AI 생산성 목표: 야심 차지만 검증 필요
경영진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부 생산성 목표를 제시했다. 2025 회계연도 말 기준 히타치의 일본 내 IT 서비스 사업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률은 10%를 기록했으며, 2027 회계연도까지 이를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카토 CFO는 "매우 야심 찬 목표이며, 어느 정도까지 달성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전략의 핵심은 비용 절감이 아닌 생산 능력 확충에 있다. 일본 IT 노동 시장의 인력난을 고려할 때, AI 생산성 향상을 통해 단순 인력 감축이 아닌 미충족 고객 수요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전략적 투자와 결합해 일본 내 IT 서비스 부문의 현재 7% 수준인 수주 성장률을 '루마다(Lumada)' 사업의 5조 엔 목표치까지 가속화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경영진은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달성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운 에이전트 AI 플랫폼 및 조직 개편
히타치는 지난주 내부 도메인 지식과 외부 파트너의 최첨단 AI 모델을 결합한 '에이전트 AI 통합 플랫폼(Agentic AI Integration platform)'을 출시했으며, 9월부터 대규모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디지털 사업을 '디지털 엔지니어링 & AI' 사업부로 통합하고, 기존에 겸직 체제로 운영되던 글로벌로직(GlobalLogic), 히타치 디지털 서비스(Hitachi Digital Services), 히타치 밴타라(Hitachi Vantara)를 아난드 비제이(Anand Vijay) 신임 대표 체제로 일원화했다. 카토 CFO는 이를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라고 설명하며, "조직 변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로직의 부진은 주시 대상
경영진은 중동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관련된 원자재 부족 및 비용 증가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1분기에는 당초 우려보다 적었으나, 연간으로는 여전히 "상당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해외 IT 서비스 부문에서는 글로벌로직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사업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로직과 히타치 디지털 서비스의 시너지 매출은 28% 증가했으나, 글로벌로직 단독 매출과 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이에 경영진은 수익성이 낮은 수주를 지양하고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믹스 변화가 해외 IT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들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본 환원 및 재무 상태
히타치는 1분기 중 1,500억 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연간 계획의 27%를 달성했으며, 약 4,000억 엔 규모의 잔여 매입 한도가 남아 있다. 대규모 선수금을 제외한 핵심 잉여현금흐름은 조정 EBITDA 성장과 매출채권 회수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000억 엔 이상 증가했다. 총자산은 15조 엔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CAPEX)는 전력망 및 에너지 용량 확대와 내부 AI 도입 가속화를 위한 '기업 전략적 투자'에 집중되며 전년 대비 1,700억 엔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AI 기반의 효율성 제고가 단순한 성장 동력을 넘어 히타치의 수익성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