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AI MLCC 수요 매년 두 배 증가"… 2027년 매출 절반 이상 장기계약으로 확보
2026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2026년 10월 28일): 영업이익 6,91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경영진 "2027년 사상 최대 실적 및 매분기 성장" 제시
삼성전기는 3분기 매출액 3조 7,633억 원, 영업이익 6,91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약 165%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4,687억 원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향후 전망이었다. 경영진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모두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4분기에도 심화되어 2027년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1분기를 시작으로 매분기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불리한 환율 환경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단순한 물량 증가를 넘어 제품 믹스 개선과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가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AI MLCC 법칙'과 1005 사이즈 47마이크로파라드 제품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AI 칩당 MLCC 탑재량이 지속해서 급증하는 배경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었다. 이태곤 전략마케팅실장은 AI GPU 및 ASIC 내 다이(Die) 개수가 2026년 2개에서 2027년 4개, 2028년 이후 8개로 늘어나며 전력 소비량도 비례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GPU 또는 ASIC 코어 전력용 MLCC 정전용량 요구치 역시 매년 두 배씩 증가할 것"이다. 이 법칙이 정확히 맞아떨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수요 규모 산정의 기준을 제공했다.
핵심 주력 제품은 1005 크기의 47마이크로파라드(㎌) MLCC로, 이미 모든 주요 빅테크 플랫폼에 공급되고 있으며 경영진은 2027년 수요가 약 8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AI '슈퍼 칩'이 3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면서 하이엔드 MLCC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추세는 4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1005 47㎌ 부품을 비롯해 초고용량 0603 10㎌, 1608 100㎌ 제품들의 호조에 힘입어 MLCC 전반의 블렌디드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하량은 늘고 재고는 감소했다.
4분기는 통상 IT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인해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영진은 올해 MLCC 수요가 모든 응용처에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ASP 상승과 풍부한 제품 믹스를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유의미한 매출 증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내년 MLCC 매출의 절반 이상을 장기계약으로 선점
삼성전기는 고용량·고전압 및 최첨단 MLCC 제품군을 대상으로 약 50여 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계약들은 2027년 MLCC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영진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를 "절반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임원진은 이러한 계약을 통해 수요를 조기에 확보하고, 보다 효율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으며, 회사의 차세대 제품들을 고객사의 차세대 설계 단계에 선제적으로 진입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장기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이 이미 선점되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계약들이 가격 상한선을 두는 형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진은 고객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하이엔드 MLCC 생산 전환으로 인해 범용 캐파(생산능력)가 잠식되고 있으며, "공급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지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장기공급계약과 '시장 친화적 가격 책정'을 결합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ASP는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가격 인상이 지나치게 공격적일 경우 발생할 고객사의 반발이다. 물론 현재 컨퍼런스콜 상에서는 그러한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다.
새로운 MLCC 성장 동력: 광모듈, 800V 전력 시스템, 실온(실리콘) 커패시터
핵심 AI 가속기 전력 공급 외에도 경영진은 새롭게 부상하는 3가지 수요처를 지목했다. 고속 GPU 링크에 사용되는 광모듈용 MLCC는 2027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매출이 전년 대비 3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회사는 1.6테라비트(Tbps) 급 광모듈 하나에 스마트폰 수준의 MLCC 정전용량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800볼트(V) 전력 아키텍처로 전환 중인 데이터센터는 DC/DC 컨버터에 1킬로볼트(kV) 이상의 MLCC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은 이는 이미 차량용 온보드 차저(OBC)에 사용되는 스펙과 동일하므로 기존 라인업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세 번째 성장 동력이다. 삼성전기는 인터포저나 메인보드 내부에 삽입하는 임베디드(내장형) 타입과 기판 위에 실장하는 랜드사이드 타입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공시된 1조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포함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과 2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여러 빅테크 고객사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판 사업: 내장(Embedding) 기술, 가격 인상, 6조 8,000억 원 규모 투자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매출액 9,390억 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으며 전 응용처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영진은 FCBGA 공급 부족이 하이엔드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면적이 넓어지고 레이어 층수가 높아짐에 따라 캐파를 소모하면서 모든 기판 제품군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캐파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며, 시장 평균을 웃도는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 주요 빅테크 기업과는 장기공급계약도 체결했다.
경영진이 역설한 차별점은 바로 '내장(Embedding) 기술'이다.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실장함으로써 전력 전달 경로와 신호 경로를 단축해 전력 효율과 고속 신호 품질을 대폭 향상시킨다. 경영진은 삼성전기가 플립칩 BGA에 수동부품을 내장해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내장형 멀티코어 서버 CPU 기판을 양산 중이며, 4분기에는 해당 공급 물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2027년에는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 전장용으로도 동등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향후 고사양 기판에는 수동부품뿐만 아니라 능동부품까지 내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발표된 6조 8,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세종, 부산, 베트남 생산기지를 아우르며, 빅테크 고객사의 투자의사와 장기공급계약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돌입해 2028년부터 유의미한 매출 기여가 예상된다. 경영진은 해당 캐파에 대한 구체적인 매출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증설도 "고객사 수요를 온전히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며 물량 추가 요청이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추가 투자의 시기와 규모는 "신중하게" 결정될 방침이다. 고객사들이 이제 기판을 전략적 부품으로 인식하여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공동 개발을 원하고 있어, 회사의 협상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설비투자(Capex) 상향 기조
자본적지출(Capex)에 대한 질문에 경영진은 올해 투자가 당초 계획을 웃돌 것이라고 확인했다. 부지 매입 및 인프라 등 선행 비용을 비롯해 고용량·고전압·고온 MLCC 캐파, AI 가속기 및 네트워크용 FCBGA, 실리콘 커패시터, 그리고 2028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는 유리(Glass) 기판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필리핀 MLCC 공장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며 최첨단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수정 capex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캐파 확충을 지속하는 가운데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투자 사이클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장기공급계약과 고객사 공동 투자가 수요 측면의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광학솔루션: 부진했던 사업부, 휴머노이드를 초기 기회로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가장 부진한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9,41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9% 감소,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에 그쳤다. 스마트폰 수요 부진과 메모리 가격 상승에 연동된 휴대폰 부품 단가 상승 여파로 IT용 카메라 모듈 수요가 타격을 입었다. AI 수요를 견인하는 동일한 메모리 반도체 강세가 IT 소비자 기기 수요를 억누르는 주목할 만한 엇갈린 흐름이다. 연말 재고 조정이 4분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회사는 2억 화소 폴디드 줌 모듈 양산을 개시하며 전략 고객사의 차기 플래그십 및 폴더블폰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북미 고객사 확보도 예정되어 있다.
전장용 부문은 글로벌 전기차 고객사의 차기 플랫폼 진입과 전기차·로보택시용 고화소 전천후 모듈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탄탄했다. 회사는 3분기 북미 고객사에 휴머노이드 로봇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시작했으며 북미 지역 캐파를 확장하고 있다. 경영진은 이를 초기 단계의 기회로 규정하며 별도의 매출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100V, 100㎌ 제품을 개발 완료하는 등 48V용 MLCC 개발도 진행 중이며, 48V 채택 트렌드가 자동차에서 휴머노이드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상태
자산 총계는 전분기 대비 약 3% 증가한 17조 612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63%로 6%포인트 상승했고, 차입금의존도는 33%로 5%포인트 올랐으며, 자기자본비율은 약 62%로 2%포인트 하락했다. 투자가 본격 가속화됨에 따라 레버리지 지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감내 가능한 건전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