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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커리: 원유가는 제자리인데 정제유 가격은 두 배… "시스템이 극도로 취약하다"며 금 매수 나선 이유

칼라일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진단한 원유-정제유 가격 괴리, 전 세계 정유시설 공격, 그리고 흔들리는 '미 국채-엔화-원유'의 연결고리 (2026년 8월 16일 인터뷰)

칼라일(Carlyle)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부문 전 대표인 제프리 커리(Jeffrey Currie)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이 에너지 리스크를 위험할 정도로 잘못 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물 시장은 분명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핵심 주장은 시장이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에만 집착하는 사이, 정제유 시장에서 훨씬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긴장이 고조된 이후 정제유 가격은 사실상 두 배로 뛰었으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시장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원유와 정제유의 괴리

커리의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정제유 가격이 원유 벤치마크와 얼마나 크게 벌어졌는지에 집중됐다. 그는 북서유럽의 항공유 화물을 예로 들었다. 전쟁 경고가 처음 나왔을 때 배럴당 86달러였던 항공유는 긴장이 고조되면서 92달러, 전쟁 발발 후 105달러를 기록했고, 8월 15일 기준 164달러로 마감하며 전쟁 전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디젤과 휘발유 바지선 가격도 76달러에서 100달러 가까이 올랐고, 선박용 연료유는 81달러에서 97달러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WTI는 약 72달러에서 82달러로 10달러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커리는 "최종 제품 가격이 두 배가 됐다면 원재료 가격도 두 배가 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원유는 고작 10~15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반문했다.

그는 이러한 가격 차이가 원유 공급이 아닌 정제 시설 부족이 현재의 결정적인 제약 요인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원유는 계속 흐르고 있지만, 전 세계 정유시설이 파업과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이러한 고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유업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원유를 직접 소비하지 않는다. 시장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모두 휘발유와 디젤을 소비하고 있다. 가격을 보라. 문제가 있다." 그는 모든 상품 시장을 더 단순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다른 모든 상품은 결국 '흙과 디젤'일 뿐이다." 금속이나 곡물조차 결국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채굴과 운송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제유 공급 부족이 이미 타이트한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알루미늄과 구리 가격은 수년 만의 최고치 혹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정유 인프라를 향한 '보이지 않는 전쟁'

커리는 2026년 발생한 일련의 정유시설 공격 목록을 제시하며, 이것이 사실상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내 주요 정유시설 16곳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았고, 이란의 시설 2곳은 미국과 이스라엘(추정)의 타격을 입었다. 걸프 지역 6곳은 이란의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 정유시설 2곳은 후티 반군에게, 리비아 시설 1곳은 약 일주일 전 타격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자체의 정제 능력은 이미 완전히 파괴된 상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정제유 가격을 올리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 전략 측면에서 에너지 인프라 타격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됐다"며 "이란이 이를 증명했고, 다른 국가들도 이를 모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파이프라인과 정유시설을 겨냥한 저가 드론 공격의 확산은 "전 세계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취약점"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및 러시아 수출길 사실상 차단

커리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중동과 러시아의 디젤 및 휘발유 선적량은 2024~2025년 추세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는 이 두 지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수출원으로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라고 해석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구성이다. 최근 방출된 비축유의 약 90%가 중질·중질유였으나, 원래 비축유 중 사워(sour) 원유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이러한 완충 장치가 고갈되면서 정유사들은 남은 중질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적절한 등급을 확보하지 못한 정유사들은 디젤 생산 효율이 낮은 경질·저유황 원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유럽이 이미 예정보다 늦어진 겨울철 재고 확보 시즌에 들어가는 시점에 디젤 시장을 더욱 타이트하게 만들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현재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는 메가와트시(MWh)당 약 61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공급 전쟁 위에 겹친 '슈퍼 엘니뇨'

커리는 현재의 엘니뇨 현상을 500년 만의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미국 농무부(USDA)의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가 급락하고 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의 '에너지 무기화'와 중국의 '원소 주기율표(희토류 등) 무기화'가 결합된 현재 상황에서 실물 자산 전반에 대해 '롱(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자든, 원자든, 칼로리든 지금은 실물 자산에 투자해야 할 때다." 그는 최근 금을 직접 매수했다고 밝히며, 이를 점점 더 취약해지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헤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이끄는 차기 연준 체제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일한 리스크로 꼽았다.

미 국채 시장의 스트레스와 흔들리는 '엔-원유-달러' 체제

커리는 상품 시장의 상황을 미 국채 시장의 악화와 직접 연결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5.22%로 200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 역시 전날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40조 달러에 육박하고 부채 비율은 GDP 대비 120%를 넘어섰으며, 인플레이션은 65개월 연속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커리는 이를 일본과 연결하며 일본을 "원유 시장에서 가장 숏(매도) 포지션이 큰 나라"라고 지칭했다. 지난 20년간의 초저금리가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를 지탱해왔으나, 이제 일본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이 고리가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재무부가 엔화 방어를 돕기 위해 유로화 보유액을 매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유럽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임시방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시스템이 극도로 취약하다. 하나가 무너지면 아마 모두가 동시에 무너질 것이다."

탈달러화는 과장됐지만, '터무니없는 특권'은 위태롭다

도이체방크가 유럽에서 중국 위안화 청산 은행 역할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커리는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중국의 위안화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그는 중국이 글로벌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경상수지 적자와 개방된 자본 시장을 갖추지 못했으며, 달러가 누리는 '터무니없는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소비 경제는 구조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미국의 위기 대응 방식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워싱턴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경고했다. 그는 이를 1820년 영국이 나폴레옹을 격파한 후 지배적인 기축통화국이 없던 시절과 비교했다. 또한 미 해군이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교체하기 위해 조지 워싱턴함을 재배치하면서 현재 태평양에 미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대만이 예의주시할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종착지와 공급 과잉설에 대한 의구심

호르무즈 해협 대치 상황에 대해 커리는 중간선거를 앞둔 워싱턴의 선택지가 모두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봉쇄를 유지하며 이란을 압박하거나, 군사적으로 개입하거나, 아니면 '사이공 함락'과 같은 굴욕적인 철수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 갈등에서 자신이 승리했다고 믿는 이란이 쉽게 양보할 동기가 없다고 본다. 커리는 또한 내년에 하루 40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2024년 7월부터 줄곧 공급 과잉설이 돌았지만 현실화된 적이 없으며, 원유 시장이 방향성을 잡으면 "매우 오랜 기간 그 흐름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케플러(Kepler)와 같은 위성 기반 재고 추적 데이터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시설 용량과 재고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 결과 보고된 수치와 20% 이상 차이가 났다는 점을 들어, 시장이 실제 글로벌 공급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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