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UBS 반도체 애널리스트, 'The Compute 100' 팟캐스트(2026년 11월 4일)에서 AI 인프라 한계, 메모리 계약, ASIC 대 범용 실리콘의 경쟁 구도 진단

반도체 시장의 기대치, 전력망 한계를 추월하다

UBS의 티모시 아르쿠리(Timothy Arcuri) 전무이사는 반도체 시장의 논점이 칩 공급 문제에서 시장이 이미 전제하고 있는 수요를 물리적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Broadcom), 미디어텍(MediaTek), 아마존(Amazon)의 컨센서스 수치에 내재된 기가와트(GW) 규모를 역산해 본 결과, 현재 전력망 연계 허가를 받은 용량은 필요한 수준에 "참담할 정도로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투자자들이 "현재 허가받지 못한 전력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야 하며, 상당한 규모의 비Grid(전력망 외) 용량 또한 가동되어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2027년이 아닌 2028년과 2030년의 과제로 규정하면서도, 이미 자본 배분 방식을 좌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쿠리는 UBS가 대담 당일 향후 5년간 추가될 용량으로 380기가와트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전력 수치는 IT 연산 능력이 아닌 전력 사용 효율성(PUE) 지표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의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기가와트당 300억~5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기가와트당 4~5년에 걸쳐 약 800억 달러의 매출총이익이 필요하다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그는 기가와트당 랩(Lab) 매출 수치가 막대하더라도 향후 5년간 "증분 기준 GDP의 몇 퍼센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게 말도 안 되게 들리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P(가격) 곱하기 Q(수량) 전문가"라고 칭한 그는 토큰 경제학을 수요로 환산하는 것은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며, UBS의 소프트웨어, 인터넷, 유틸리티 팀의 분석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량이 얼마나 추가될지는 말할 수 있지만, 어떤 "킬러 앱"이 그 자리를 채울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5년 내에 수요는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 봄철 조정장 이후 포지션의 절반만 회복

아르쿠리는 5~6월의 조정을 그룹 전체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고점(high-water mark)으로 묘사했다. 그가 대화하는 대부분의 대형 펀드들은 조정 전 익스포저의 절반 정도만 재구축했으며, 던지는 질문들도 "실적 쫓기(performance chasing)" 국면 때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다. 그는 전력망 한계, 안전 우려, 인허가 규제가 2028년 기대치 달성에 필요한 전환 과정의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는(Slowing the frontier) 것이 전력난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은 엔비디아도 그날 자신에게 언급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꽤 경쟁력 있는" 오픈소스 모델들이 속도 조절의 대안으로 부상할 경우 전력 수요가 더 빨리 도래할 수 있으며, 전력 부족이 "자연스러운 속도 조절자(pace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 PER 4배와 전혀 다른 국면의 사이클

아르쿠리의 가장 강력한 주장은 마이크론에 집중됐다. 그는 시장이 마이크론 주식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대략 예상 순이익의 4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익 증가 속도를 장부가 아직 따라잡지 못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유기적 장부가치(tangible book) 배수와 이례적으로 근접해 있다. 그는 이러한 낮은 멀티플의 원인으로, 역사적으로 경기 순환주인 기업의 이익이 이처럼 급증할 때 시장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투자자들은 85%의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보고 모멘텀이 끝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논점이 '방향성'이 아닌 '지속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몇 가지 구조적 변화를 짚어냈다. HBM은 연간 단위로 세대가 교체되며, 신형 칩이 출하되면 이전 세대는 대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7~8년씩 유효했던 DDR에서는 결코 없던 진부화 현상이다. 또한 HBM 웨이퍼는 비(非) HBM 웨이퍼 대비 약 4배의 용량을 소모하므로, 유효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급증한다. 아울러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hyperscalers)은 선급금을 동반한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이는 메모리 업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그는 "과거에는 기껏해야 1월 1일에 모여 올해 필요한 물량이 무엇일지 논의하는 정도였다"며, 물량 약정은 있었지만 가격 보호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아르쿠리가 이번 사이클이 완전히 끝났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결국 반대편에는 사이클이 올 것"이라며, 이번엔 다르다는 말을 30년간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의 핵심 논점은 수개월 전에 체결된 계약 가격이 연말이면 현물 시장(open-market) 가격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며, 계약에는 현재 수준보다 훨씬 낮은 하한선(floor price)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팟 가격이 70~80% 폭락하더라도 마이크론은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현금을 창출하며 장부가치를 늘려 "주가를 강제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다운턴은 공급 주도가 아니라 수요 주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계약 제도가 공급 확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CEO가 마이크론을 기술 낙후기업에서 선도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미국 본토 생산업체라는 지정학적 수혜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메모리 제조사들은 커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SIC, 물량 격차 좁히지만 구글의 브로드컴 물량은 정체

출하량 측면에서 아르쿠리는 올해 엔비디아가 GPU 유닛 기준(칩렛 2개 합산) 600만~700만 개를 출하할 것으로 추정했다. 브로드컴의 커스텀 칩(ASIC) 출하량은 올해 350만~400만 개, 내년에는 약 6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 ASIC 물량이 범용 GPU 물량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더 높은 평균판매단가(ASP) 덕분에 달러 기준 점유율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는 브로드컴의 자체 발언을 토대로 구글의 사업이 2028년에 정체기를 맞을 것이며, 추가 물량은 고객 맞춤형 툴링(COT) 모델에 따라 미디어텍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모델에서 구글은 풀서비스 칩에 대해 60%의 마진을 가져가는 브로드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 HBM과 웨이퍼를 직접 구매하게 된다. 다만 구글은 "브로드컴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브로드컴에 계속 의존할 가능성이 높으며, 구글이 독자 노선을 구축하는 데만 7세대가 걸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의 제휴는 브로드컴의 영향력 바깥에 있는 ASIC 플레이어들에게 NVLink 퓨전(Fusion)을 확산시키려는 포석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엔비디아의 설치 기반과 '무엇이 먼저 잘릴 것인가'에 대한 역발상

아르쿠리는 시장이 엔비디아의 설치 기반(installed base) 수익화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출하되는 모든 블랙웰(Blackwell)과 루빈(Rubin)은 그린필드(신규 투자) 성격으로 기존 장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앙페르(Ampere) 등 구형 부품들은 교체될 것이며, 엔비디아가 그록(Groq) 인수를 통해 확보한 LPU나 신규 네트워킹 등의 추가 기능을 통해 기존 플릿(fleet)을 업그레이드할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클라우드 고객사들에 따르면 실제 GPU 가동률은 30%~50%에 불과해, 기존 플릿의 성능 가속화는 거대한 기회 요인이다. 그는 "설비투자(capex)가 감소할 때조차 설치 기반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강력한 성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소 파격적인(hot take) 전망도 내놓았다. 설비투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때, 범용 GPU보다 ASIC이 먼저 삭감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ASIC은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되므로, 비용 긴축에 나서는 바이어들은 유연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토론했던 "매우 영리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이와 반대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아울러 AMD의 경쟁력보다는 실적 추정치에 대해 여전히 더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진입 장벽이 아니지만, 대다수 어플리케이션에서 랙 엔지니어링과 연간 세대 교체 주기를 선점한 엔비디아를 제치고 AMD를 선택할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는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텔의 경우 제품 로드맵보다는 파운드리와 패키징 전망을 더 높게 평가했다.

장비 산업: 기가와트당 40억 달러의 전공정 투자

아르쿠리는 UBS 추정치에 따르면 연산 능력 1기가와트당 약 40억 달러의 전공정 웨이퍼 팹 장비(WFE) 투자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2030년이나 2031년까지의 380기가와트에 이를 대입하면, 연간 100기가와트 이상이 추가되면서 장비 투자액이 올해의 약 155억~158억 달러를 넘어 4,000억 달러를 웃도는 해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그는 이 장기 수치들은 자신의 공식 추정 범위를 넘어선다고 선을 그었다. 장비주는 마이크론과 0.9 수준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메모리 지속성 논쟁에 묶여 있지만, 신규 장비를 들여놓을 공간조차 부족했던 상황을 감안할 때 장비 산업이 연산 부문보다 사이클상 더 초기 국면에 있다고 주장했다. 후공정 적층핑(Back-end stacking), 신소재, 팹 레이아웃 재설계가 주요 혁신 영역이다.

세레브라스와 고속 추론 시장

아르쿠리는 오픈AI(OpenAI)와의 계약이 세레브라스(Cerebras)의 운명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는 각 750메가와트 규모의 3개 트란치로 구성된 프레임워크 계약으로, 오픈AI가 자체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초기에는 클라우드 거래 구조로 진행되었다. 그는 세레브라스가 결국 클라우드와 하드웨어를 50대 50으로 나누게 될 것으로 보았으며, 양쪽을 모두 판매하는 기업으로서는 선호보다는 필요에 의해 주도된 이례적인 형태라고 진단했다. 초거대 모델에서는 웨이퍼 스케일(wafer-scale)의 이점이 희석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젠슨 황은 고속 추론 시장을 전체의 10~20%로 보는 반면, 세레브라스의 앤드루 펠드먼(Andrew Feldman) CEO는 시장 전체가 곧 고속 추론이라고 주장한다며, 토큰당 가격에 대한 자신의 시각 역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리스크: 정치적 반발

블랙 스완(거대한 위험)에 대한 질문에 아르쿠리는 수요와 공급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은 정치적 반발이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 때 성난 민중이 삼지창을 들고 몰려오는 것 같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자리 상실과 데이터 센터 혐오 정서가 AI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나은 대(對)중국 홍보와 실리콘밸리-정부 간의 단합된 접근이 필요하지만,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고객 집중도 문제도 지적하며, 엔비디아의 고객 기반이 소수의 바이어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마이크론 및 나머지 공급망 전체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AI와 연관된 모든 종목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