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던스 CEO "AI 에이전트, 기본 툴 사용량 오히려 늘려… IP 사업부도 세계적 수준 도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 2026년 6월 3일 — 애니루드 데브건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가 AI로 인한 시장 파괴 우려가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역설하다
AI가 EDA(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수요를 잠식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그동안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의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었다. 애니루드 데브건(Anirudh Devgan) CEO는 수요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반박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이 리스크와 기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재정립하게 만드는 그의 논리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에이전트형 AI가 기본 툴 소비를 늘리는 이유
데브건 CEO가 공유한 핵심 통찰은 직관에 반하는 듯하지만, 실제 고객 행동에 근거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RTL 코드를 자율적으로 작성하더라도, 해당 코드가 정확한지 검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검증은 케이던스의 Xcelium 시뮬레이션 및 Jasper 정형 검증 툴을 통해 이루어진다. 데브건 CEO는 에이전트형 워크플로우가 결과적으로 기본 툴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NVIDIA)를 실증 사례로 들며, 젠슨 황 CEO가 컴퓨텍스(COMPUTEX)에서 언급한 내용을 인용했다. "ChipStack이 RTL을 작성할 때 실제로는 Jasper와 Xcelium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에이전트가 없는 세상보다 기본 툴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일 수밖에 없는 그의 프레임워크는 이른바 '3층 케이크' 구조에 기반한다. 최상단에는 에이전트형 AI, 중간에는 '그라운드 트루스(Ground Truth, 데이터의 진실)' 툴, 그리고 하단에는 컴퓨팅과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작업은 LLM이 전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칩 설계는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전자레인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같죠. 로봇들이 몰려온다고 해서 그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직접 짓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낙관론의 두 번째 근거는 기저 워크로드가 가진 지수함수적 성격이다. 데브건 CEO가 최근 발표에서 인용한 TSMC의 로드맵에 따르면, 칩과 패키지를 결합한 시스템의 트랜지스터 수는 향후 5년 내 48~50배 증가할 전망이다. 한 주요 고객사는 케이던스 측에 차세대 칩을 개발할 때마다 필요한 엔지니어 수가 2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인력 증가 곡선이다. AI 에이전트는 이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 설계를 가능케 한다. 워크로드가 정체된 세상이라면 자동화가 툴 라이선스 감소를 의미하겠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케이던스의 세상에서 자동화는 시장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다.
단순 효율성 툴을 넘어선 새로운 TAM 창출
데브건 CEO는 RTL용 ChipStack, ViraStack, InnoStack과 같은 에이전트형 제품들이 기존 라이선스를 재포장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TAM(전체 시장 규모) 확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RTL을 작성하는 툴은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는 새로 구매해야 할 시장(New TAM)입니다." 그는 상업적 논리가 곱셈과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에이전트 계층이 그 자체로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그 위에 기본 툴 스택의 추가 소비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이전트형 흐름은 이미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데브건 CEO는 퀄컴(Qualcomm), 미디어텍(MediaTek) 등 다수의 대형 고객사가 ChipStack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수요가 기존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아날로그 및 혼합 신호(mixed-signal) 기업, 시스템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IP 사업부: 과거에 대한 솔직함, 현재에 대한 자신감
대화 중 가장 솔직했던 부분은 과거 동종 업계 대비 뒤처졌던 케이던스의 IP 사업에 대한 논의였다. 데브건 CEO는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초기에는 IP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EDA 분야에서 먼저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CEO 취임 후 첫 4년간 EDA에 우선순위를 두었는데, 핵심 툴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하면 다른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이후 수립된 IP 전략은 의도적으로 범위를 좁혔다. 케이던스는 첨단 노드에서 DDR 메모리 서브시스템, PCIe, UCIe(칩 간 인터커넥트), HBM, SerDes 등 5가지 핵심 IP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큰 고객들은 최고 수준의 제품을 원하며, 넓지만 평범한 포트폴리오에는 관심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고객사와의 성공은 시장 전체에 낙수 효과를 일으킨다. 데브건 CEO는 핵심 변수로 R&D 팀의 역량을 꼽았다. "마침내 IP 분야에서도 우리 팀이 세계적 수준(World-class)에 도달했다고 확신합니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터페이스가 표준화된 상황에서 PPA(성능·전력·면적)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며, 케이던스는 이제 그 격차를 좁혔다고 자신했다.
이러한 전략 재편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순풍으로는 칩렛 분리(chiplet disaggregation)가 꼽힌다. 이는 UCIe와 같은 인터커넥트 IP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준다. 또한 인텔(Intel)과 삼성(Samsung) 등 과거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고객사들까지 고객 기반이 확대된 점도 유의미한 기회라고 데브건 CEO는 평가했다.
내부 생산성 향상: 실적 개선의 증거이자 마진 신호
데브건 CEO는 케이던스의 마진 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내부 생산성 목표를 제시했다. 3,000명 규모의 IP 그룹은 자체 에이전트 툴을 활용해 생산성을 최소 2배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계산법은 프로젝트당 인력 30% 감축과 일정 30% 단축을 결합하면 0.7 곱하기 0.7, 즉 약 2배의 효율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사는 0.5 곱하기 0.5, 즉 4배의 효율을 원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이미 재무제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증분 영업이익률(Incremental operating margin)은 60% 수준으로, 회사가 보고한 전체 영업이익률인 약 44~45%를 크게 상회한다. 그는 고객 대응 엔지니어 4,000명과 핵심 R&D 인력 7,000명을 포함한 약 1만 5,000명의 전체 인력이 Claude나 Codex 같은 표준 AI 코딩 툴과 독자적인 에이전트 스택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업 레버리지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현상임을 시사한다.
설계 활동과 경쟁 환경
데브건 CEO는 현재 설계 환경이 세 가지 동력이 맞물리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첫째, 하이퍼스케일러의 칩 설계 활동이 재가속화되고 있다. 구글의 커스텀 실리콘 성공과 샤오미(Xiaomi)처럼 칩, 자동차, 로봇, LLM 모델을 수직 계열화한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업계 전반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아날로그, 메모리, 산업용 반도체 등 전통적인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셋째, 과거 침투율이 낮았던 고객사들과 새로운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TSMC의 가격 인상과 설계 복잡성이 설계 착수(design starts)를 제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데브건 CEO는 일축했다. "그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그는 수직 계열화의 경제성이 더 강력한 동력이라고 지적했다. BYD, 니오(Nio), 샤오펑(XPeng) 등은 모두 케이던스의 고객이며, 이들의 설계 야망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지고 있다.
물리적 AI(Physical AI): 3~7년 후를 내다본 설계 시작
데브건 CEO는 수년 전부터 '물리적 AI'를 언급해왔으며,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음을 인정했다. 그의 견해는 여전히 완전한 실현까지는 3~7년이 남았다는 것이지만, 설계 주기를 고려할 때 고객 참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그는 테슬라(Tesla), 리비안(Rivian), BYD, 니오, 샤오펑, 샤오미를 자율 시스템 및 로봇 공학을 위한 실리콘 구조적 확장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지목했다. 또한 아날로그 기업인 ADI와 TI도 초기 수혜자로 꼽았다.
그의 포트폴리오 논리는 케이던스가 데이터 센터 AI와 물리적 AI 양쪽 모두에 포진함으로써 순수하게 물량에 의존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갖지 못한 회복탄력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상황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케이던스 디자인에는 여전히 긍정적일 것입니다." 그에게 물리적 AI는 현재의 흐름을 실행하면서도 다음 파도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경쟁 구도
시놉시스(Synopsys)와의 경쟁 역학 관계에 대한 질문에 데브건 CEO는 외교적 수사를 배제했다. 그는 케이던스가 아날로그, 디지털, 검증, 패키징 전반을 아우르는 유일한 벤더로서 핵심 EDA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광범위함은 PPA 요구 사항이 가장 까다로운 TSMC 생태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IP 분야에서는 점유율 확대가 지속되고 있으며, 하드웨어 에뮬레이션 분야의 Palladium 플랫폼은 독보적인 제품이다.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둘 다 투자할 수는 있지만, 케이던스에 더 많이 투자하십시오." 그 답변이 객관적이냐는 압박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그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케이던스는 지난 5년간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도 약 15%의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했다. 더 강력해진 설계 환경, 에이전트형 TAM 확장, IP 점유율 상승, 내부 생산성 레버리지는 현재의 모멘텀이 지속 가능하다는 데브건 CEO의 주장에 근거를 제공한다. 다만 그는 회사가 1년 단위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공개적으로 다년 공약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신중하게 덧붙였다. 그가 표현한 현재의 환경은 "아마도 역대 최고"다.